[여의도풍향계] '사법 리스크'에 정국 격랑…씁쓸한 사정정국의 추억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요.<br /><br />거센 사정정국의 격랑 속에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도 또 한 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짚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서해 공무원 피격, 탈북어민 북송 그리고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.<br /><br />다소 조심스럽게 공방을 주고 받던 사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사정당국의 손에 넘어가며, 정치권의 대립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검찰은 혐의 입증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, 과거 정권 교체 때마다 자주 봐왔던 신구 권력 간 전면전의 데자뷔 같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민생 현안 점검과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국정감사 기간, 국회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습니다.<br /><br />특히 이재명의 대표의 '복심',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체포를 계기로 충돌은 극에 달했습니다.<br /><br />지난 19일, 검찰이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의 첫 압수수색을 시도하며 이를 저지하는 민주당과의 대치는 8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했고,<br /><br /> "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모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중앙당사에 집결하도록 지시했습니다. 야당 탄압의 일환으로 벌어진 작금의 압수수색 쇼에 강력 항의하고…"<br /><br />당사 앞에 총 집결해 피켓 시위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 "윤석열 정권 정치 탄압 규탄한다! 규탄한다! 규탄한다!"<br /><br />검찰의 칼끝은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 한 상황.<br /><br />이 대표는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"사탕 한 개도 받은 바 없다"며 '대장동 특검'을, 정치적 수세의 돌파구로 제안하고 나섰습니다.<br /><br /> "불법 대선 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 받은 것이 없습니다.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즉시 수용하십시오."<br /><br />국민의힘은 특검 수용을 거부하고, "연환계(連環計)를 풀지 않으면 민주당은 이 대표와 함께 침몰할 것"이라고 경고했습니다.<br /><br />제대로 된 한 방 없이 고성과 막말로 점철됐던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는, 사정정국 앞에 그마저 멈춰섰습니다.<br /><br />특히 검찰과 법원 등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파행을 거듭했습니다.<br /><br />지난 20일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와 여당 의원들의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.<br /><br /> "보복수사 중단하라! 야당탄압 중단하라! 김건희도 수사하라!"<br /><br />'죄를 짓지 말라'는 김도읍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도 설전을 벌이다가, 개의 30분 만에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 "그럼 죄를 짓지 말든지! 죄를 지었다고 하니까 영장이 나오는 거 아니에요!"<br /><br />다른 상임위 곳곳도 검찰 수사를 둘러싼 충돌이 이어지며, 국감장의 정책 대결은 사라졌습니다.<br /><br />사정정국의 전개가 어딘가 익숙한 이유는,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 돼 온 광경이기 때문일 것입니다.<br /><br />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전 정부의 비리를 겨냥한 전방위 수사가 시작되곤 했고, 생존 투쟁의 소용돌이에서 '정치'는 밀려났습니다.<br /><br />'역사 바로 세우기'를 내건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, 전두환·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전격 구속하고 나란히 법정에 세웠습니다.<br /><br />MB정부에선 이른바 '박연차 게이트'를 고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가 벌어졌는데, 수사 도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비극이 빚어지며 임채진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습니다.<br /><br />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'적폐 청산'을 전면에 내걸었고,<br /><br /> "진정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닙니다.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면서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…"<br /><br />집권 후 대대적인 전 정권 수사를 진행했습니다.<br /><br />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른바 '최순실 국정농단 사건'으로,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과 횡령 혐의로 각각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았습니다.<br /><br />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전 정권 수사는 공존을 용납치 않았습니다.<br /><br />내세운 명분은 달랐지만, 공통적으로 어느 한 쪽의 완전한 패배를 확인한 뒤에야 전쟁은 끝이 났기 때문에 또 다른 불씨를 남겼습니다.<br /><br />권력 대립의 최일선에서 칼자루를 쥐는 검찰의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 문제는 정치권의 오랜 의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.<br /><br />검찰 개혁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은 참여 정부.<br /><br />그러나 반발은 거셌고, 2003년 '검사와의 대화'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'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'가 한동안 유행어처럼 회자되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권력은 검찰을 이용하면서도, 한편으로 두려워했습니다.<br /><br />이후에도 대검 중수부 폐지,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고, 문재인 정부에서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대대적 간부 인사를 단행했지만,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는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탄생으로 귀결됐습니다.<br /><br />검찰 내부에서도 권력의 그림자를 벗어나야 한다는 우려가 불거지지만, 악어와 악어새 같은 권력과 검찰이 서로의 손을 놓는 날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.<br /><br />사정 정국과 방탄 국회. 민생현장의 어려움과 무관한, '아귀다툼'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 보입니다.<br /><br />정치학자 야스차 뭉크는 저서 '위험한 민주주의'에서 민주주의의 기제 중 하나로 '적'과 '적수'를 구별하라고 제안했습니다.<br /><br />우리 국어 사전도 '적'의 첫번째 정의는 '싸우거나 해치고자 하는 상대'인 반면, '적수'는 '재주나 힘이 비슷해 상대가 되는 사람'으로 정의했습니다.<br /><br />여야 모두 상대를 적이 아닌 '적수'로 놓고 벌이는 선의의 경쟁이, 정쟁에 지친 민심을 붙잡을 길이 아닌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#사정정국 #여야 #검찰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